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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날 방아쇠를 당겼는가?” 영화 남산의 부장들 리뷰

zeusmoney1 2025. 4. 23. 10:39

영화 남산의 부장들 리뷰 : 총구는 멀리 있지 않았다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그날 밤,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의 40일. 그 안에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권력의 암실이 있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조용하고 거대한 반전

《남산의 부장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라는 괴물 앞에서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의 미국 망명에서 시작된다. 그는 박통 정권의 어두운 이면을 세상에 폭로하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부장 김규평(이병헌)은 그로 인해 시작된 심리전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다.

정권을 위한 충성인가, 나라를 위한 결단인가. 그날 밤, 총구는 권력이 아닌 사람을 향해 있었다.

1970년대, 권력이 만들어낸 고립의 정치

당시 대한민국은 유신헌법 아래, 무기한 장기집권이 가능한 대통령의 나라였다.

권력은 청와대에서, 정보는 중앙정보부에서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정보는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쓰였다.

 

그 누구도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었던 시대. 그 안에서 각자의 충성을 증명해야 했고, 사람은 권력보다 약하고, 관계는 욕망보다 허약했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명불허전 연기의 3각 대결

이병헌은 김규평 역을 통해 충성심과 회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동시에 흔들린다. 그의 침묵은 단호하지만 동시에 고독하다.

 

이성민이 연기한 박통은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위압감을 풍기며, 그의 존재는 모든 공간을 지배한다.

 

곽도원은 2인자 곽상천으로 등장해 권력에 가장 가까운 충견이 되어간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누구보다 잔인하게 권력의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이 영화의 진짜 공포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공간

《남산의 부장들》은 총성이 아니라, ‘침묵’으로 공포를 만들어내는 영화다.

사람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말 한마디가 목숨을 좌우하며, 권력은 가까운 자를 먼저 의심한다.

그 어떤 전쟁보다 잔혹한 건 권력 내부의 심리전이다. 그것이 이 영화를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명대사 모음

  • “각하가 뭘 원하시는지 모르는 건 죄입니다.”
  •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 “누군가는 이걸 멈춰야 했습니다.”

그날 밤, 왜 총을 쐈는가?

누군가는 정권을 위해 살았고, 누군가는 조국을 위해 죽음을 택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둘의 경계에서 혼자 결단을 내렸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 한 발의 총성이 단지 한 정권의 끝이 아니라, 한 시대의 비극적 마침표였음을 알려준다.

총평 – 권력을 견디는 자, 권력을 넘는 자

이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총을 쐈을 것인가? 침묵했을 것인가?”

 

역사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결정의 온도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정치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 본성에 관한 심리 드라마다.

 

스크린이 꺼진 후에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 현대사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가장 치열하게 보여준 걸작이다.